바람처럼 잎새처럼
- 양태평 (1992) -
차가운 겨울바람은
뼈 속을 에이는 듯
살을 깎고
애를 끊지만
다만
스쳐갈 뿐.
스치는 바람을 움킬
겨를도 없이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쉴 새 없이 불어도
떠나기
마련이다.
떨어진 잎새는
소생할 수 없고
나무는
벌거벗은 채
겨울을 보내나
한탄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잎을 주울
겨를도 없이
새 움을
돋운다.
잎은 떨어지고, 또
잎은 돋아난다
상실의 설움도
퇴색의 수치도
생각지 않고
새로이 단장한다.
어제의 영광과
고통은 지나가고
존재하는 것은
현재의 활동과 꿈뿐.
부단히 읽고
쓰고 일하며
내일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