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생
- 양태평 (1992) -
한 움큼 웃음 빚으려고
그을린 몸뚱이 이끌고 산하를 내지르다.
꽃씨 엮어 옷 해 입고
별을 쪼아 치장하며
재빨리 손발을 놀리는데
짐작도 못한 벼랑이 가로막다.
오갈 데 없는 구렁텅이,
흙이 되길 기원하다가
난데없는 홍수에 떠밀려
깎여진 구렁, 끄트머리에 서다.
한 가닥 실오라기 기나긴
그렇게스레 모진 목숨,
고개 내밀면 한 설움 보이고
임자 없는 가슴엔 거미줄 치다.
부끄러워
해 아래 서 있는 것조차 부끄러워
생채기 깨물며
나위 없는 울음 울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