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어느 인생

JK_Y 2009. 9. 16. 11:38

어느 인생

 

- 양태평 (1992) -

 

 

한 움큼 웃음 빚으려고

그을린 몸뚱이 이끌고 산하를 내지르다.

 

꽃씨 엮어 옷 해 입고

별을 쪼아 치장하며

재빨리 손발을 놀리는데

짐작도 못한 벼랑이 가로막다.

 

오갈 데 없는 구렁텅이,

흙이 되길 기원하다가

난데없는 홍수에 떠밀려

깎여진 구렁, 끄트머리에 서다.

 

한 가닥 실오라기 기나긴

그렇게스레 모진 목숨,

고개 내밀면 한 설움 보이고

임자 없는 가슴엔 거미줄 치다.

 

부끄러워

해 아래 서 있는 것조차 부끄러워

생채기 깨물며

나위 없는 울음 울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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