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공 부

JK_Y 2009. 9. 16. 11:37

공 부

 

- 양태평 (1992) -

 

 

언제부터인가 나는

공부란 말에 절여져 왔다.

앉아도 공부 일어서도 공부

눈뜨면 마주서는 게

공부였다.

하숙집 책장 너머로

거칠어진 어머니의 두 손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도 공부였다.

 

인간에의 사랑이

뿌리내릴 수도 있었는데,

예술에의 동경이

일찌감치 터를 넓힐 수도 있었는데,

이상을 향한 날개 못쟎게

현실을 버티는 두 다리가

튼튼하게 지속될 수 있었는데 ……

 

인생에 있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공부는

즐거워야 할 소풍에도 따라다녀

넓디넓은 가슴을 사각사각 갉아먹고

타오르는 청춘을 스리슬쩍 훔쳐갔다.

'창작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 날  (0) 2009.09.16
어느 인생  (0) 2009.09.16
혼자 살기  (0) 2009.09.16
창녀부(娼女賦)  (0) 2009.09.16
전철 안에서  (0) 200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