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높은 곳
- 양태평 (1992) -
이따금 밤하늘을 밟으며
지상을 들여다 본다.
검은 불빛은
누리에 가득 차고
동화처럼 슬픈
소년의 꿈이 있다.
돌더미에서 피어난 꿈싹은
설한풍상 겪으며
무덤으로 꺾여 가고
매서웁게
피눈물 말라붙은 곳
별무리가 터잡기엔
까마득한 나라.
서리 같은 세월을
발목 죄며 걸어가도
가슴마다 겹겹이
울타리 쳐지고
몸 찢기고 피 흘려도
오를 수 없는 곳.
정말이지
땅은
너무너무 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