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世態)
- 양태평 (1992) -
없는 자는 갖기 위해
있는 자는 더 갖기 위해
내닫는 거리.
카라얀의 연주만큼이나 웅장한 황혼도
붐비는 인파로 마비되고
네온사인만 즐비하다.
부지런한 길손도 밤이면 취숙객(醉宿客)
휘청거리는 눈길은
요정에 머물고
네프 공작은 카츄사의 손목을 끈다.
음향도 없는 침묵의 영상.
거지의 웃음에
부자가 죽었다.
흐물거리는 가로등 사이로
구급차가 달린다.
향긋한 살냄새 ……
허우적거림 후의 침전된 찌꺼기가
구원을 요청하는데
따뜻한 체온을 떨치지 못해
오히려 괴로운 표정.
안개처럼 정열도 식고
새벽하늘 루시퍼가 반짝일 때면
길모퉁이 미혼모는
서글픈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