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인생의 한 시점에서

JK_Y 2009. 9. 16. 11:26

인생의 한 시점에서

 

- 양태평 (1992) -

 

 

세상은

볼수록 고독해진다

 

진리가 배척되고

사랑이 배신당하고

생명은 돌부리처럼 이리저리 채이고 ……

 

혼탁한 세상

목놓아 통곡해도 부족한

이 현실.

 

아, 대한민국이여! 지구여!

내 작은 가슴이

어찌 너희를

포용할 수 있으랴

 

인생의 비애(悲哀)보담

인간의 비정(非情)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

 

하늘엔 별이 빛나고

뜰마다 꽃이 만발하건만

인간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가

 

허나, 울어야 하나

 

포악한 상어를 잡기 위해

배를 만들고

창을 갈고

거센 폭풍우를 견뎌가며 수련을 하건만

미친 듯 울부짖어야 하나

 

“악에는 악으로”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리”

“선으로 악을 이겨라”

“원수를 사랑하라”

……

그러나, 어이하리

 

끓어오르는 울분을

주체할 수 없을 땐, 차라리

시를 쓰자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자

 

지금껏

수많은 나라가 흥망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인간이 살다 갔지만

해답은 무엇이더냐

 

인간은 죄스럽다는

것밖에.

 

누구는 하나의 죄를

누구는 수만 개의 죄를

품고 가지만

결국은 같은

죄인인 것을.

 

사랑하자

 

인간을 사랑하고

그 죄스러움을 사랑하자

 

황혼에 누워

고요히 꿈꾸며

들에 핀 한 송이

국화를 사랑하자

 

제비가 날아들지 않는

얼어붙은 겨울 땅을

사랑하고

새 봄을 기다리다

말라 초라해진

잡초를 사랑하자

 

쉬이 질 줄 알면서도 곱게 피어나는

백합을 사랑하고

빛과 향기 그지없는

시를 사랑하자

 

느끼는 인생은 비극이지만

생각하는 인생은 희극이리니

 

푸른 하늘과 넓은 대지를

바라보며, 결코

서두르지 말자

 

잠깐 있다 사라져갈

내 인생을

모든 인생을

통찰하고 계실

창조주를 위해

축배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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