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 시점에서
- 양태평 (1992) -
세상은
볼수록 고독해진다
진리가 배척되고
사랑이 배신당하고
생명은 돌부리처럼 이리저리 채이고 ……
혼탁한 세상
목놓아 통곡해도 부족한
이 현실.
아, 대한민국이여! 지구여!
내 작은 가슴이
어찌 너희를
포용할 수 있으랴
인생의 비애(悲哀)보담
인간의 비정(非情)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
하늘엔 별이 빛나고
뜰마다 꽃이 만발하건만
인간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가
허나, 울어야 하나
포악한 상어를 잡기 위해
배를 만들고
창을 갈고
거센 폭풍우를 견뎌가며 수련을 하건만
미친 듯 울부짖어야 하나
“악에는 악으로”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리”
“선으로 악을 이겨라”
“원수를 사랑하라”
……
그러나, 어이하리
끓어오르는 울분을
주체할 수 없을 땐, 차라리
시를 쓰자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자
지금껏
수많은 나라가 흥망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인간이 살다 갔지만
해답은 무엇이더냐
인간은 죄스럽다는
것밖에.
누구는 하나의 죄를
누구는 수만 개의 죄를
품고 가지만
결국은 같은
죄인인 것을.
사랑하자
인간을 사랑하고
그 죄스러움을 사랑하자
황혼에 누워
고요히 꿈꾸며
들에 핀 한 송이
국화를 사랑하자
제비가 날아들지 않는
얼어붙은 겨울 땅을
사랑하고
새 봄을 기다리다
말라 초라해진
잡초를 사랑하자
쉬이 질 줄 알면서도 곱게 피어나는
백합을 사랑하고
빛과 향기 그지없는
시를 사랑하자
느끼는 인생은 비극이지만
생각하는 인생은 희극이리니
푸른 하늘과 넓은 대지를
바라보며, 결코
서두르지 말자
잠깐 있다 사라져갈
내 인생을
모든 인생을
통찰하고 계실
창조주를 위해
축배를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