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한 서시(序詩)
- 양태평 (1992) -
사랑이여
그대가 내 곁에
다가올 때는
가시 단 장미일랑
품지를 마오
순결한 백합으로
다가와 주오.
사랑이여
그대가 내 눈을
마주할 때는
고뇌의 눈짓일랑
짓지를 마오
생기띤 눈빛으로
마주해 주오.
사랑이여
그대가 내 귀에
속삭일 때는
세상의 시비일랑
따지지 마오
희망찬 노래만을
속삭여 주오.
사랑이여
그대가 내 손을
맞잡을 때는
체온없는 장갑일랑
끼지를 마오
따뜻한 맨살로써
맞잡아 주오.
사랑이여
그대가 내 입에
입맞출 때는
쓰디쓴 약물일랑
머금지 마오
달콤한 포도주로
입맞춰 주오.
사랑이여
그대가 내 품에
안기어 올 땐
진한 백분 내음일랑
풍기지 마오
박하의 연한 체취로
안기어 주오.
사랑이여
그대가 내 곁에
다가올 때는
하얀 손수건일랑
지니지 마오
승리의 깃발 들고
다가와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