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
- 양태평 (1992) -
빛바랜 일기장의 눈물자국은
가슴이 엷어서가 아니었어라.
향기롭던 희망은 최루탄에 절여지고
자유는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어라
눈 밝히던 불빛은 돌조각에 묻혀가고
진리는 헤어진 옷자락만 남겼어라
다정하던 평화는 새장 속에 갇혀가고
정의는 피흘린 채 쓰러져 있었어라.
거울에 비추어진 겹주름살은
일월이 쇠해서가 아니었어라.
민감한 세포는 회생을 꿈꾸는데
시간의 엇갈림을 요량할 수 없었어라
꽃 피는 봄날은 쉬이 가서 아니 오고
이 시린 겨울밤은 갈수록 깊었어라
하고픈 이야기는 화로 속에 묻어두고
부질없는 로맨스만 엮어내 놓았어라.
이마적 뿌렸던 웃음소리는
입술이 밝아서가 아니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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