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JK_Y 2009. 9. 16. 11:56

 

- 양태평 (1992) -

 

 

울적할 땐 달무리 되어

달님을 감싸 안고

서러울 땐 햇무리 되어

해님에 하소연하는

물이여, 내 작은 애달픔이여

 

농부의 굵은 손이 못내 보고파

간질이는 비가 되어 내리어 앉았어라

소녀의 머리칼이 너무 탐스러워

속삭이는 눈이 되어 사뿐히 내렸어라

물이여, 내 짙은 그리움이여

 

흐르고 또 흐르다 못다 흘러서

강기슭 잡초로 누워 있어라

홀로 선 절벽이 끝내 외로워

한 송이 백합으로 피어났어라

물이여, 내 오랜 친구여

 

천하를 주유하다

구름으로 떠오르고

신의 약속 나타내려

무지개로 분장하는

물이여, 내 기쁜 노래여

 

연인들의 끓는 입술 고이 여기어

달콤한 포도 되어 매달렸어라

나무꾼의 타는 갈증 딱히 여기어

산골짝 옹달에 샘이 되었어라

물이여, 내 어여쁜 애인이여

 

이브의 사악함이 보기 싫어서

거대한 홍수 되어 쓸어 갔어라

아담의 태만함이 안타까워서

격렬한 풍랑 되어 요동쳤어라

물이여, 내 마음의 파수꾼이여

 

슬프면 슬픈 대로

눈물 되어 살아나고

힘들면 힘든 대로

땀방울로 쏟아나는

물이여, 내 진한 속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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