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노란 하루

JK_Y 2009. 9. 16. 11:56

노란 하루

 

- 양태평 (1992) -

 

 

오늘은

누르스름한 윗도리 걸치고

갈소풍을 갔다오

 

교외선은

푸르누르튀튀한 몸체를 뒤뚱대며

간이역에 나를 내리키고

뿌우뿌- 사라져 가더이다

 

누르디누른 들판은

거머누르께하게 변해가고

노랑머리 소녀가 자전거 타고서

지나가는 가을을 마시더이다

 

푸르누르불긋한 숲 속에 들어서니

노르무레한 아카시아 잎이 발밑에 수북하고

솔잎은 목을 맨 채 누루퉁퉁해지고

불그누르께한 떡갈잎이며

누르불그칙칙한 진달래 잎은

하나 둘 고향으로 가고 있더이다

 

꽤 넓은 못에 다다라

노릇노릇한 잔디둑에 앉으니

파르노르께한 억새풀이 손짓을 하고

샛노란 은행 이파리는

팔랑거리며 내 어깨를 애무하더이다

 

날이 저물어가자

서녘 구름은 누르락붉으락하고

잔물결 일렁이는 못물은

푸르누르죽죽하더이다

 

가로등불 희끄누렇게 반짝이는

서울의 가로를 걸으며

나는 노오란 생각에 젖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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