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하루
- 양태평 (1992) -
오늘은
누르스름한 윗도리 걸치고
갈소풍을 갔다오
교외선은
푸르누르튀튀한 몸체를 뒤뚱대며
간이역에 나를 내리키고
뿌우뿌- 사라져 가더이다
누르디누른 들판은
거머누르께하게 변해가고
노랑머리 소녀가 자전거 타고서
지나가는 가을을 마시더이다
푸르누르불긋한 숲 속에 들어서니
노르무레한 아카시아 잎이 발밑에 수북하고
솔잎은 목을 맨 채 누루퉁퉁해지고
불그누르께한 떡갈잎이며
누르불그칙칙한 진달래 잎은
하나 둘 고향으로 가고 있더이다
꽤 넓은 못에 다다라
노릇노릇한 잔디둑에 앉으니
파르노르께한 억새풀이 손짓을 하고
샛노란 은행 이파리는
팔랑거리며 내 어깨를 애무하더이다
날이 저물어가자
서녘 구름은 누르락붉으락하고
잔물결 일렁이는 못물은
푸르누르죽죽하더이다
가로등불 희끄누렇게 반짝이는
서울의 가로를 걸으며
나는 노오란 생각에 젖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