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위한 변명
- 양태평 (1992) -
소설을 쓰는 나를 두고
어떤 이는 미쳤다고 손가락질한다.
시를 쓰는 내 낯을 보고
어떤 이는 대책없이 순수하다고 놀린다.
학벌과 재능과 신체, 그 무엇이 부족하여
남들은 좋다 하는 권력과 부귀를
마다하느냐고 나무란다.
홀어머니와 네 동생과 가문을
걸머지고 내달으라고
채찍질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모질지도 못하고
대차지도 못하며
세상에 대해 모르지도 않고
부조리에 융통적이지도 않다.
알면서도 실행 못하는 것만큼
슬프고 고통스러운 건 없더라.
세상과 맞부딪쳐 내가 얻은 건
아픔, 그뿐이다.
내가 겪은 비극이 너무나 큰 것이기에
나는 그 비극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수용하며 살고 싶은 까닭이다.
내게 있어
소설은 삶 그 자체이며
시는 삶의 영원한 예명(藝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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