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 사랑
- 양태평 (1992) -
나의 소녀야,
우린 요다음에
무엇이 될까?
넌 아빠가 되고
난 엄마가 되어
아들딸 낳고 살지.
네가 꽃이 되고
내가 별이 되어
내가 널 비춘다면?
그건 너무 외로워
머얼리 떨어져 있기에
무지하게 그리울거야.
너는 조약돌 되고
나는 시냇물 되어
내가 널 간질인다면?
싫어, 너무 억울해
네가 자꾸만 흘러가면
나는 분해서 어떡해.
네가 비가 되고
내가 바람이 되어
내가 널 업고 가면?
사람들이 싫어할거야
우산 받치고 옷깃 여미면
우린 버림받는 거잖아.
너는 조개가 되고
나는 갈매기 되어
내가 널 위해 춤춘다면?
네가 날 두고 날아가면
멀리멀리 가버리면
나 홀로 어떻게 살라고.
네가 바다가 되고
내가 돛단배 되어
네가 날 떠받치면?
시기심 많은 폭풍이
가만 두지 않을거야
너로 날 미워하게 할거야.
너는 시가 되고
나는 음악이 되어
서로 어우러지면?
아이 좋아, 정말 좋아
너는 나를 감싸 안고
나는 네 품에서 흥얼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