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사춘기
JK_Y
2009. 9. 16. 11:51
사춘기
- 양태평 (1992) -
너의 비밀은 너만의 것이 아니니라
나의 당혹감은 나만의 것이 아니니라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꽃잎도
달빛 어리면 수치는 가려지니
아픔 떨구고 젊음의 불꽃 피워보자
삶보따리 끄르고 부둥켜 안아보자
짙푸른 바다의 깊넓이를 품어보자
너의 슬픔은 너만의 것이 아니니라
나의 조바심은 나만의 것이 아니니라
네 눈에 고인 눈물은 내 가슴에 주워담고
내 영혼에 맺힌 생채기는 네 입술로 깨물면서
희망의 동강이를 이어 나가자
흐드러진 감송이의 인내를 배우며
신비의 열쇠인 기다림을 지니자
너의 토라짐은 너만의 것이 아니니라
나의 반항심은 나만의 것이 아니니라
검은 그림자가 병풍처럼 둘러쳐도
우리 고운 심상에 배 저어 나아가자
어른들이 나서서 무어라 해도
한숨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아도
우리의 둥우리를 만들어가자
찬란한 혜성이 아니라도 좋아라
화려한 보석이 아니라도 좋아라
햇살보다 보드라운 마음으로 남아보자
사랑의 꽃매듭을 엮으며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