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무궁화

JK_Y 2009. 9. 16. 11:51

무궁화

 

- 양태평 (1992) -

 

 

한 그루의 사철나무이기를,

차라리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한 송이 백합이기를 원했다.

 

그러나 세월은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여려진 태양과 메마른 대지는

늘 푸르게 놔두지 않았고

세찬 비바람은

화려하게 필 기회를 주지 않았다.

 

피었는가 싶으면 어느덧 지고

지었다 싶으면 또 피는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계절의 흐름 속에

자랑하지도 않고

비굴하지도 않은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움의 멋을 아는

은근하고 유유한 무궁화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