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어느 노동자의 하루
JK_Y
2009. 9. 16. 11:40
어느 노동자의 하루
- 양태평 (1992) -
손수 지은 밥알이
위성(胃城)을 공략하기가 무섭게
자재 늘브러진 현장에 나아와
무거운 어깨를 풀어헤치면
스무남은 벽돌이 덜커덕거린다.
진저리나게 데워진 서러운 공기로
웅크러진 이목구비에 소금기 짙게 스미고
사타구니 사이엔 김이 무럭무럭 서린다.
해는 지루하게 중천을 어기죽거려
그리메 쪼가리 깔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면
어깻바람이 들락날락한다.
하고픈 말 다하지 못해 쇠창살 가운데서 사는
아들놈 생각에 마음은 얼고
헤픈 웃음 파는 딸년의 젖은 눈을 떠올리면
차마 스스러워
뒤통수 긁적이며 동발 없는 지게를 진다.
내가 무얼 아나
그놈의 이념이 ……
내가 무얼 아나
그놈의 경제가 ……
에이그, 가엾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