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미스 강의 독백
JK_Y
2009. 9. 16. 11:34
미스 강의 독백
- 양태평 (1992) -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을지로 10층 건물에 있어
스무 명의 남사원과
두 명의 여사원이 근무하지요.
여직원이 적어선지
나와 미스 리는 언제나
뜨거운 눈길을 받지요.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예쁜지
남사원들은 내 이름을 더 자주 불러요.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걸 어떡하나요.
그러나 강양이라 부르면 질색이에요
왠지 술집이 연상되어 메스꺼운 것 있죠.
나와 미스 리는
아침에 출근하면 차를 끓이고
하루 일과를 준비하지요.
나의 일은 주로 타자치는 것이지만
손님 접대며 잔심부름도 한다오.
때론 짜증스럽지만
누군가가 해야 하니 어쩔 도리 없지요
그러나 사적 심부름은 일체 사절이에요.
과장님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나만 보면 싱글벙글
사무실 분위기는 밝아진다오.
가끔씩 진한 농담도 하지만
그리 싫지는 않아요
직장생활 3년이면 뭐가 된대요.
턱없이 짓궂은 남사원에겐
따끔하게 복수를 하지요.
새침하게 토라지면 달래려 애쓰고,
바쁘다는 핑계로 타자치기를 미루면
꼼짝 못하거든요.
남자들은요
새침데기 작전엔 썸뻑 죽나 봐요.
참 우습다는 생각도 들어요.
남자들 천성이 그런 건지
여직원이 적어선지
내가 예뻐선지
알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