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이별당한 여인

JK_Y 2009. 9. 14. 00:07

이별당한 여인

 

- 양태평 (1992) -

 

 

그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

허공이 우뚝 서고

차량의 불빛 행렬에 섞이어

내 사랑은 멀어져 갔네.

 

가로수 그림자는 짙어만 가고

서러움은 물밀듯 밀려오는데

나는 홀로 어깨 수그리고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한번 간 사랑이

다시 올 수 있으랴마는

감미롭던 순간들이

재현될 수 있으랴마는

 

나뭇가지 사이로 어리는

달빛을 받으며

나는 쓸쓸히, 스러져 가는

사랑의 잔영을 밟고 있다.

 

 

못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해 달라지만

내게 있어 그 사랑은 모든 것.

 

버겁게 시작된 사랑의 몸살앓이는

쉽사리 종말을 고하고

아 -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마른 잎보다 더 초라한

내 작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잊혀진 여인으로 남기보다는

피지 않은 한 송이 꽃이고 싶음이여.

 

 

오가는 남녀들은

정답기만 한데

하늘에 비쳐진 내 모습은

멍사슬 감은 목각인형이여

 

가슴 설렘은

망각의 늪으로 휘말려 가고

추억은 가랑잎 되어

발길에 차인다.

 

 

등불은 하나 둘 꺼져 가는데

정열의 생채기는 아물지 않고

너무 쉬이 이별 고한

옛 사랑이 차마 애달파

 

쏟아도 쏟아도 마르지 않는

설움방울 가득 머금은 채로

나는 홀로

어둠이 흐느끼는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