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집

장미의 계절에

JK_Y 2009. 9. 14. 00:06

장미의 계절에

 

- 양태평 (1992) -

 

 

엉금썰썰 자라나는

장미넝쿨을 볼 때면

나는

아렴풋한 추억을

더듬어 보노라.

 

 

검푸르죽죽한 하늘 아래

갈매빛 이파리가 힘을 발하던 날

눈먼 사랑의 방문을 받고

내 심장은

용광로와도 같이 끓어올랐노라.

 

진홍빛 장미를 닮은 그님은

고옵게 눈을 흘기고

나는 떨리는 숨결로

그님의 입술에

애절한 사랑의 자국을 남겼노라.

 

애오라지 나만을 존경한다던

그님은

장미꽃이 시듦을 보고서

하염없는 회한을 쏟으며

 

보랏빛 아네모네를 남겨둔 채

그님 가슴에 멍울처럼 아로새겨진

또다른 추억의 그림자를 좇아

내 곁을 떠나갔노라.

 

존경보다는 베푸는 사랑을

택하겠다던 그님은

장미보다는

목화송이를 닮아가고

나는

월계수 대신 히아신스로

머리관을 썼노라.

 

 

장미넝쿨이 새로이 단장하고

화려함을 수놓을 때면

나는

아렴풋한 추억을

더듬어 보노라.

 

 

* (주) 꽃말

장미 (진홍색) : 수줍음, (빨강) : 열렬한 사랑

아네모네 : 속절없는 사랑

목화 : 어머니의 사랑

월계수 : 승리, 영광

히아신스 : 내 가슴에 슬픔만 남았어요